우리가 잘 아는 백설공주, 디즈니를 통해서 전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동화.
이게 뭐 미국의 자본주의를 통해 세상에 널리 이롭게 알려졌지만, 이 동화는 원래 독일의 그림 형제를 통해 세상에 태어났다.
영어로는 Snow White라고 하는데, 19세기 초에 처음으로 기록된 독일의 동화라고 한다. 그림 형제는 이를 자기들의 동화집인 '그림스의 동화'의 첫 번째 판에 1812년 게재했다고 한다. 이 동화는 1854년에 최종적으로 수정을 완료했다고 한다. 뭐 내용은 사실 우리가 너무나도 잘 알고 있기에 추가적인 설명은 필요 없어 보인다.
근데, 재미난 사실이 있는데 러시아의 대문호 푸쉬킨도 백설공주와 거의 유사한 동화를 작성했다는 기록이 있다. 동화라기 보담 시를 남겼는데, 동화 같은 내용의 시다. 제목은 'The Tale of the Dead Princess and the Seven Knight'라고 하는데, 어린시절 푸쉬킨은 늙은 유모인 아리나 로디오노브나로부터 여러 가지 러시아 민속에 대해 얘기를 들었으며 특히 그녀의 어린 시절 이야기에서 영감을 받아 작성을 했다고 한다.
참고로, 푸쉬킨은 워낙에 러시아에서도 유명한 시인이고 근대 러시아 문학의 창시자로 여겨진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도 푸쉬킨은 잘 알려진 문학가 중 한 명이다.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라고 시작하는 유명한 시가 대표적이다.
아무튼, 이 위대한 시인이 남긴 작품의 이야기가 그림 형제의 백설공주 얘기와 매우 흡사하다. 어떻게 거의 흡사한 내용을 만들 수 있는지... 마술 거울, 독사과, 7명의 광부 난쟁이... 대신 7명의 아주 튼실한 기사들이 등장을 한다는 것만 제외하고는 기본적인 구성과 이야기의 흐름은 같다.
러시아의 백설공주 이야기 (푸쉬킨의 시)
왕이 항해를 떠나고 남겨진 왕비는 홀로 공주를 낳고, 그 소식을 들은 왕이 돌아오자 왕비는 기쁜 나머지 죽고 만다. (음... 음... 기뻐서 죽었다?라는 게 이해는 안 되지만, 너무 기쁜 상태로, 피로한 나머지 죽었다고 봐야 할 듯하다)
왕은 얼마 지나지 않아 재혼을 했는데 그녀는 아름답고, 똑똑했으나 질투심이 많고 오만한 왕비였다. 그녀는 마술 거울을 가지고 있었는데, 항상 자신이 가장 아름답다는 걸 거울을 통해 확인하였다.
짜례브나 공주(Tsarevna)가 자라고 옐리세이 왕자(Yelisei)와 약혼을 하기로 되어 있는데, 하필이면 약혼식 전날 왕비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람이 이제 니가 아니고 쟤 라는 얘기를 듣게 되었다. 질투심이 폭발한 왕비는 하녀를 시켜 공주를 납치, 숲속에 늑대 먹이로 매달아 놓고 오라는 명령을 내렸다. 하녀는 음...연민의 감정 때문에 결국 공주를 매달지 않고 깊은 숲속에 버리고 왔다. 그 깊은 숲에서 어찌 연약한 소녀가 살 수 있으랴
숲속에 홀로 남겨진 공주는 숲 속을 헤매다 한 오두막을 발견하게 된다. 그 오두막에 들어갔는데 청소를 해놓으면 혼나지 않겠지라는 생각을 하고 청소를 한 뒤 잠이 들어버렸다. 잠이 들어버린 후 7명의 기사들이 저녁 식사를 위해 집에 들어왔는데, 집이 너무 깨끗해서 깜짝 놀라게 되었고, 공주가 이렇게 청소를 해 놓은 것을 보고 감탄을 한다. 하지만 불청객일 수 있으니 경계를 한다. 푸쉬킨의 시는 이 상황을 이렇게 묘사한다.
"놀라운 일이로군!
모두 깨끗하고! 불은 타오르고 있구나!
누군가 여기를 청소했고 어딘가에서 기다리고 있군.
누구냐? 숨지 말고 나와라!
평화롭게 우리 친구가 되어라!
네가 나이 많고 늙었다면,
우리의 삼촌이 될 것이다!
네가 젊고 싸우는 것을 좋아한다면,
우리는 너를 우리 형제로 받아들일 것이다.
존경받을 만한 노파라면,
그럼 '어머니'라는 이름이 될 것이다.
만약 고상한 소녀라면,
우리 사랑하는 여동생으로 여겨줄 것이다."
공주를 깨워보니 헐... 이렇게 아름다운 아가씨가 있을까? 일곱 기사들은 어린 소녀를 보고 자신들의 자매로 여기겠다고 약속을 하고 같이 살게 된다.
이 드넓은 어깨를 보라!!!
독일 그림 형제의 이야기에선, 광부 난쟁이들이 일을 하고 돌아와 보니 집이 깨끗해서 놀라고, 백설공주를 발견할 걸로 묘사되어 있다. 백설공주를 마녀가 보낸 것이 아닌가 의심을 했지만 착한 백설공주에게 감화되어 왕비로부터 지키게 되었다. 이 부분이 그림 형제의 것과 다른 내용이다.
근데 음... 푸쉬킨의 공주던 그림형제의 공주던...남자 7명... 어떻게 그 악취를 참고 살았을지... 공주가 대단할 뿐이다. 비염이 심했나? 그때 당시에 샤워 시설이나 제대로 되어 있었을까?? 암튼, 뭐 동화니까 현실과는 다른 것을 인정해야지.
약속을 하고 살았지만,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아가씨가 같이 사는데 어찌 젊은 기사들의 마음이 요동치지 않으랴.
일곱 기사들은 공주에게 청혼을 한다. 하지만 공주는 옐리세이 왕자와 약혼하기로 되었던 몸. 사실을 밝히자 기사들은 모든 것을 인정하고 다시 원래대로 평안한 나날을 보낸다.
왕비는 거울에게 다시금 자신의 아름다움을 확인한다. 거기서 이넘의 거울이 공주의 얘기를 하고 위치도 알려준다. 악에 받친 왕비는 하녀를 꾸짖고 다시금 공주를 죽이고 오라는 미션을 준다. 이에 하녀는 노인으로 분장하고 독사과를 건넨다.
공주는 독사과를 기사들과 같이 나눠 먹으려 했지만, 너무나 먹음직스럽게 생겨서 한 입 베어 물고 죽어버린다. 기사들은 죽은 공주가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느껴져 유리관에 공주를 눕히고 3일을 기다린다. 3일 이후에 공주가 일어나지 않으면 장사를 치르고자 했다.
옐리세이 왕자는 사라진 공주를 찾기 위해 여기저기 다니지만, 답을 찾지 못한다. 이에 해님과 달님, 바람에게 물어 공주의 위치를 찾고, 유리관에 누워있는 공주를 찾는다. 여기도 뭐랄까 시가 표현하고자 하는 내용이 뭔가 더 동화스럽고 뭔가 신비롭다고나 할까? 암튼 그런 느낌이다.
공주를 찾은 왕자는 유리관의 공주를 깨우고 같이 성으로 돌아간다. 왕비는 그 모습을 보고 충격으로 죽는다. 공주와 왕자는 행복하게 살았다.
여기까지가 러시아 백설공주의 얘기다.
너무 비슷하지 않은가? 솔직히 그림 형제가 만든 백설공주 이야기랑 대부분의 플롯이 같아 누군가 베낀 게 아니냐 생각이 든다. 근데 뭐 생각해보면 그 시절 민속처럼 구전으로 전달된 내용이 그 나라마다 자기 나라 민속으로 여겨졌을테니, 베낀게 아니고 다시금 자기들만의 방식으로 정리한 게 아닌가 싶다. 그림형제도 이 이야기를 포함한 86편의 동화를 모아놓아 거 아닌가. 물론 자신들의 언어로 좀 더 다듬었겠지만, 어디선가 들은 얘기들을 정리한 게 아닐까?
혹시나 푸쉬킨의 작품이 궁금한 사람은 여기를 참고하는 것도 좋을 거 같다.
최근에는 페미니즘 영향으로 여자는 항상 연약하고 남성에 기대어야 잘 산다는 인식을 바꾸고자 하는 경향이 높아졌다.
슈렉 3에서 디즈니를 비꼬려고? 아니면 연약한 여자의 인식을 바꾸려고? 암튼 백설공주의 설정을 달리 했던 장면이 있는데 동심 파괴를 제대로 하는 거 같다. 왈가닥 공주에 기가 쎄서 친구들에게 왕따 당하고, 동물밖에 친구가 없다는...ㅋ
오늘은 갑자기 문학 얘기를 꺼내본다. 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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