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으로 예전에 써놨던 글인데, 티스토리 블로그를 시작하면서 갑자기 생각이 나서 끄집어냈다.
과거에 거상들은 어떤 방식으로 재물을 쌓을 수 있게 되었을까? 지금과 많은 차이가 있겠지?
우선 조선시대 거상 중 유일한 여성인 김만덕에 대해 알아보았다.
거상 김만덕
(1739년~1812년, 조선왕조 정조 20년, 조선왕조실록, 조선 전라도 제주목(현재 제주특별자치도) 태생)
거상 김만덕의 정보를 보고 처음에 깜짝 놀란 기억이 있다. 의례 조선 시대에 무역 사업을 진행하였다 하면 대부분 남성을 떠올리는데 김만덕은 여자였기 때문이다. 그 당시 신분제도가 엄연히 존재했고 남존여비 사상이 지배적인 유교 시절이었을 텐데, 어떻게 여자의 몸으로 거상이 되었을까? 궁금함이 들었다.
김만덕은 어떻게 거상이 되었을까? 어떻게 신분의 한계를뛰어넘었을까? 간만의 궁금증으로 인해 궁둥이가들썩들썩했다. 가만히 있으면 현기증이 날것 같아 오랜만에 이리저리 자료를 찾아보았다. 이미 방송에서도 여러차례 김만덕에 대해 이야기를 한 프로그램들이 많았다. 드라마도 있었는데 보진 않았다. 이미연 주연. 뭇 남성들의 선망의 대상이었으니 그때 당시 일단 반은 먹고 들어가는 드라마였을거다. 아무튼, 확실한 건 와 이 분 정말 대단한 사업가가 틀림없다는 것이었다. 궁금해서 어떤 방식으로 사업을 확장 시켰는지 알아보다 보니,
‘어? 김만덕은 인플루언서였네? 어? 김만덕은 이미 플랫폼 사업을 그 때부터 했었네?’
라는 생각들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요즘에 투자자들로 부터 가장 투자를 많이 받는 사업 중 하나인 플랫폼 사업, 제품 홍보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인플루언서들. 시대가 달라 표현이 다를 뿐이지 예나 지금이나 어떻게 이렇게 비슷할 수 있지? 라는 생각이 들면서 이 김만덕이라는 사람에 대해 더욱 궁금하기 시작했다. 이 김만덕이라는 사람이 어떤 인생을 살았는지, 어떤 고생을 했고, 어떤 고민을 했을까?김만덕의 얘기를 꺼내려면 우선 그녀의 인생에 대해 한번쯤은 훑어 봐야 할거 같다.
김만덕 인생 이야기
김만덕은 평범한 양인의 신분으로 제주도에서 태어났다. 부모님과 두 오빠, 그리고 막내 김만덕. 아버지가 상인으로 일하며 다섯 식구의 생계를 이어갔다. 그 당시 제주도는 지금처럼 관광 명소라는 이미지가 떠오르는 곳이 아닌 너무나도 척박하고 심지어 유배를 당하는 땅이었다. 태풍도 심하고 화산섬으로 이뤄졌기 때문에 물이 지하로 빠지고 쌀을 재배하기 어려운 땅이었다. 때문에 뭍에서 많은 식품과 생필품들을 가져와야 하는 상황이었고 자연스레 무역이 활발할 수 밖에 없는 곳이었다고 한다.
어느 날 김만덕 가족에 큰 시련이 닥치는데, 만덕이가 12살 때 풍랑으로 아버지를 잃게 되었다. 이로 인해 그녀의 비극인 듯 비극 아닌 비극 같은 삶이 시작되었다. 아버지의 사망으로 어머니 또한 시름시름 앓다 이듬해에 돌아가시는 비극이 또 한 번 일어났으며 (엄청나게 많이 사랑을 하셨나보다), 오갈 데 없는 3명의 아이들은 뿔뿔이 흩어져 버리게 되었다. 두 오빠는 남자이기에 친척들이 데려 다가 일손을 보탤 수 있었지만, 김만덕은 어린 여자아이였기에 아무도 데려가려고 하지 않았다. 그 어린 나이에 얼마나 많은 상처를 받았으며 얼마나 많은 고생을 했을까 생각해 보면, 딸아이를가진 아빠 입장에선 너무나 마음이 아픈 얘기가 아닐수가 없었다. 하지만 이 위기 속에서 한 줄기 빛이 보이는데, 이게 마냥 좋은 따사로운 빛이 아닌 칠흑 같은 어둠속에 간신히 보이는 빛 정도랄까?
그때 당시 제주도에는 많은 상인들이 있었다. 그들은 뭍으로 오가며 돈을 벌었고, 때문에 이동이 잦을 수 밖에 없었다. 그 위험한 바닷길을 계속 다녀야 하니 얼마나 불안했을까? 이렇게 위험한 바닷길을 목숨 걸고 오가는데 이 남정네들이 무사히 도착한 제주도에서 그냥 장사만 하고 갔을까? 오래전에 제주도의 우도 투어를 간 적이 있는데, 그 조그마한 우도에 단란주점이 10개가 넘는다는 말을 듣고 놀란 적이 있다. 우도 주민이 1800명 정도인데, 이게 단순 관광지라서 외지인들이 많이 오기 때문에 많이 생겼다가 아니고 이미 역사가 오래 된 주점들이 많다고 했었다. 하물며 우도라는 조그마한 섬도 그런데 제주도 본섬은 오죽할까? 왜 이 얘길 꺼내느냐? 상인들은 돈을 벌면 바로 집으로 안 돌아가고 기생집을 많이 갔기 때문에 기생 문화가 제주도에서는 발전할 수 밖에 없었다는 걸 설명하기 위해서다. 하여간 남자놈들은…다 똑같다. 불현듯, 예전 직장에서 우스갯소리로 유부남들은 집에서 10미터만 벗어나도 ‘총각’이라는 얘기가 머릿속을 때리며, 미소인듯 미소 아닌 미소 같은 표정을 지어본다. 여보 미안해.
갑자기 기생 얘길 왜 꺼내나? 앞서 말한 그 어둠속에서 간신히 보이는 빛. 그게 바로 현역을 은퇴하는 기생이었기 때문이다. 그 때 당시 기생들이 현역에서 은퇴하기 위해선 자기 역할을 대물림 할 어린 기생을 찾아야만 했다고 한다. 양녀로 삼고 업을 이어받게 해야만 했는데, 만덕이 한테 이 기생이 손을 내민 것이다. 흠… 양인신분인데 기생의 양녀로 들어가 기생이 되면, 천민으로 신분이 하락하기 때문에 만덕이는 많은 고민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뭐 어쩌겠나, 당장의 배고픔, 두려움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이것 밖에 없는데… 어쩔수 없는 선택이자 가장 합리적인 그리고 만덕이를 거상으로 만들 수 있었던 계기가 된, 만덕이 일생일대에 가장 중요한 선택이었을 것이다.
인플루언서의 삶을 살게 된 만덕이
기생이 된 만덕이. 기록에 의하면 만덕이는 자색이 뛰어난 기생이었다고 한다. 국어사전을찾아보니 자색의 뜻은 ‘아름다운 모습과 얼굴빛’ 이다. 더군다나 만덕이는 대장부 같은 성격을 가지고 있었다고 기록되어 있다. 미의 기준이 그때랑 지금은 다를 것 같다 생각이 들지만, 아무튼 최고로 인기가 많은 기생 이었으리라.
조선시대 기녀들은 원칙적으로 ‘관기’로 주로 관청을 주 무대로 활약을 했다고 하는데, 이는 관청에서 진행하는 연례 행사 등 각종 행사에서 공연을 맡아서 하는, 지금으로 따지면 예술인, 예능인 정도 되겠다. 희극인은 흔히 우리가 아는 광대에 더 가깝고, 예술인이라고 보는게 맞을 것 같다. 자색이 뛰어난 만덕이가 거문고 가야금 음악이면 음악, 춤이면 춤 뭐 못하는게 무엇이었을까? 기세도 대장부처럼 남다르고 미인에 성격도 좋고. 뭐 그때 당시에 제주도 내에서는 최고 연예인이 아니었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내가 제목에 써 놓은 것 처럼 만덕이는 분명 상인들, 공직자들, 제주도민 사이에서 유명한 인플루언서였을 거라 생각이 들었다. 만덕이가 둘러맨 구찌 백을 보고 제주도 젊은 아가씨들이 궁금해 하지 않았을까? 그리고 분명 그 당시에 스토커도 있었을 것이다. 이 얘기 어디까지나 내 개인적인 생각이니 태클은 사양하겠다. 그래도 여기까지 읽은 걸 보니 내 글이 아주 지루하지 많은 않은 것 같다는 위로를 스스로 해본다.
이런 인플루언서 삶을 살면서 돈도 많이 벌었고 꽤나 재미도 있었겠지만, 점점 나이 들어가는 만덕이는 은퇴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으리라. 보통 은퇴를 앞 둔 기생들은 당시 양반들의 첩으로 들어가서 남은 평생을 호위호식 하면서 사는게 일반적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만덕이는 사내들을 하인처럼 부릴지언정 사내에게 정을 주거나 하진 않은 것 같다. 은퇴할 시기에 만덕은 비혼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오히려 그 시간을 사업 구상과 사업 진행에 전념하고 일과 결혼하겠다고 선언한 것 같다.
이런 여자 상사를 만약 회사에서 만났다면 음…생각하고 싶지 않다. 엄청 골치 아팠을 것 같다…본인이 돌볼 가정이 없는데 굳이 부하 직원들의 집안 사정 따위는 별로 신경 안 썼을거 같아서다. 그렇다고 내가 가정적인 사람이냐 묻는다면 또 그건 아니긴 한데, 아무튼 내 상사였음 정말 싫어했을 거 같다. 하지만 미인 여상사라면 한 두번 정도 야근까지는 오케이? 하.. 하.. 내가 웃는 게 웃는게 아니야.
만덕이 관기로서 관청 행사를 다니다 보면, 분명 고위 공직자나 많은 부류의 상인들을 통해 육지 소식과 제주도 소식을 모두 들었을 것이다. 한마디로 아무나 접할 수 없는 고급 정보들을 손쉽게 얻을 수 있었던 기회가 만덕이한테는 있었을 것이다. 보통 주식을 할 때 세력이라는 말을 자주 듣게 된다. 세력이 주도해서 주가를 가지고 노는 경우를 계속해서 보게 되는데, 이 세력들 끼리는 이미 어떤 종목에 얼마나 투자할지, 언제 어떻게 매수와 매도를할지, 다 서로 알고서 일부러 여러 개미들의 모임에 해당 정보를 흘린다. 만덕이가 그렇다는 건 아니고, 아마도 요새 시대에 만덕이가 있었더라면 대통령 영부인 정도는 되었을 수도 있겠다 생각이 든다. 만쥬델리가 갑자기 왜 떠오르는지…참
플랫폼 사업을 시작한 만덕이
얘기가 삼천포로 빠졌는데, 아무튼, 만덕이는 여러 종류의 사람들을 만나 각종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는 얘기를 하고 싶었다. 만덕이는 기생 활동을 통해 벌어드린 수익을 가지고 은퇴를 하면서 양인으로의 신분을 되찾았으며 상인들이 오가는 포구 근처(현재 제주도 건입동)에 물산객주라는 객점을 오픈했다. 포구를 드나드는 상인들에게 숙소를제공해 주면서, 그들이 가져오는 물품을 맡아주고, 흥정도 해주고 이건 뭐 숙박, 창고, 도매, 금융, 식당 등 모든 서비스를 한자리에서 할 수 있는 비즈니스 플랫폼을 만들었다. 지금의 플랫폼은 인터넷에 존재하지만 형태만 다를 뿐이지 플랫폼 사업이랑 다를게 뭐가 있을까? 상인들은 해당 객점에 가면 모든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비싸긴 했을 거 같은데, 조금 저렴하다고 짐 다들고 멀리 가서 머무는 상인들이 있었을까?
또한 이 플랫폼 비즈니스를 통해 만덕이는 육지에서 판매되는 상품을 가져와 제주도에 팔아 시세차익으로 돈을 벌었다. 그때 당시 제주도는 제주말과 말총, 양태, 미역 등 특산품이 생산이 되었고, 이를 팔아 쌀과 소금 등을 들여와서 판매를 했다. 가을에 육지로부터 쌀을 싸게 사들여 봄에 비싸게 파는 방식으로 돈을 벌었다. 만덕이가 신분을 되찾았다고 앞서 얘기했는데, 아마 그 시기에 신분을 돈으로 사는게 살 수 있었던 거 같다. 제주말의 말총, 양태는 모두 그때 당시 양반들이 쓰고 다시는 갓을 만드는데 사용되는 최고급 소재였다고 한다. 엄청난 양의 갓이 판매 되었다는 걸 보니 그때 당시 돈 좀 벌었다 하는 사람들이 죄다 양반이 되겠다고 한것 같다. 예나 지금이나 그넘의 권력을 손에 잡고 싶어서 쯧쯧…
양태의 경우, 만덕이는 단순히 원료를 구해 판매한게 아니라 공장 생산 시스템 까지 갖춰 양태를 생산했다고 하니, 만덕이 추진력 하나는 정말 최고였을 거라 생각이 된다. 여느 남정네 보다도 훨씬 더 뛰어난 추진력을 가지고 있었던 거 같다. 더군다나 관청과도 연결이 되니 관가에 물품도 납품했을 것이고, 지금으로 보자면 정부 조달청에 등록되서 정부에 물건을 납품한 것이나 다를 바가 없다. 대단하지 않나? 비극적인 삶을 살았다 생각했는데, 전혀 그렇지 않고 그런 환경 속에서도 비즈니스를 할 수 있는 정보를 얻어 사업화 했다는 건 정말 대단한 비즈니스적 감각이 아닐 수 없다는 것이다.
거상 만덕이는 인플루언서로 살아가면서 많은 인맥을 만들었고, 중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 현대 사회로 따지자면, 만덕이가 인플루언서로 활동하면서 유튜브나 SNS를 통해 물건을 광고하고 팔면서 수익도 벌고, 그 와중에 정부의 주요 개발 정보라던가 아이템에 대한 정보를 기반으로 플랫폼 사업을 열어 B2B 비즈니스를 연결하여 성공한 거나 다름없다. 요즘 시대에 적용해도 1도 이상하지 않은 스토리다. 그렇지 아니한가? 새로운 사업을 해보고자 도전하고 있는 요즘에 우리 선조들 중 거상이라고 불리고 역사에 까지 이름을 남긴 사람들의 일화를 하나씩 하나씩 보고 있다. 요즘 성공한 CEO들의 공통점을 찾는 책들이 많이 나오던데 뭐 비슷한 느낌으로 우리 선조들은 어떻게 사업을 만들었는지 궁금했다.
나도 무역을 업으로 삼고 20년 가까이 일한 사람으로서, 김만덕 얘기를 들어보면 정말 수완이 대단한 사람이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대장부 같은 성격을 가졌다는 얘기를 보며, 요즘 점점 여성 호르몬이 부쩍 많아지는 나로서는 무척이나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 우리 와이프는 도스테스테론의 폭발로 점점 초샤이아인이 되고 있고 침대에서 내가 차지할 수 있는 공간이 점점 좁아져 조만간 떨어질 수도 있겠다는 위태로움에 뭐라도 사업을 만들어서 잃어버린 남성의 권위를 되찾아야 겠다는 건전한 상상을 하며 이 글을 마친다. 내가웃는 게 웃는게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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