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머리가 또 아프기 시작하네...이넘의 두통...
한국에 있을 땐 두통이 그렇게 심한 편이 아니었는데, 캐나다에서 살다 보니 두통이 심심치 않게 생기곤 했다.
해발 고도가 높아서 그런가 싶기도 하고, 왜 이렇게 주기적으로 아픈 지 처음 와서는 이유를 알지 못해서 계속 두통약을 입에 달고 살았다.
캐나다의 겨울은 뭐랄까...겨울 왕국답게 춥기도 하지만...내가 캐나다로 이민 온 후 겨울을 쭉 들여다보니, 온도는 한 영하 15~20도 사이가 평균적인 겨울의 온도인 거 같다. 언론에서는 뭐 영하 40도까지 내려간다 뭐 너무 추워 사람들이 살만한 곳이 아니라고 떠드는데, 전혀... 난 오히려 한국의 겨울이 세상 제일 춥다고 생각한다.
암튼, 두통의 원인을 찾아서 이것저것 확인해 보니 캘거리에는 Chinook이라는 바람이 있다는 걸 알았다. 북미 쪽에서도 특히 록키 산맥을 끼고 있는 도시들이 이 바람에 영향을 받는데 바로 푄 현상이다. 우리나라로 따지자면 높새 바람이 되시겠다.
Chinook 바람 이란?
북미 대륙 서부에서 발생하는 따뜻한 건조 바람으로, 주로 산악 지역에서 발생하는 푄( Föhn ) 현상을 말한다. 이 바람은 고산 지대에서 해발고도가 높은 지역에서 찬 공기가 하강할 때 발생하며, 높은 압력을 유발하는데 이로 인해 공기가 압축되어 따뜻해지고, 습기를 잃게 된다. 푄은 라틴어 뜻으로 서쪽에서 부는 바람이라고 하는데, 바로 서풍을 의미한다.
그림을 보면 알겠지만, 서부의 저기압성 기압이 산을 넘어오면서 고온이 되는 형태다.
이 치눅 바람이 주기적으로 불다 보니까, 캐나다의 겨울은 추움과 따뜻함이 주기적으로 반복된다. 뉴스에서 캐나다가 겨울이 춥다고는 하지만, BC 주는 원래 따뜻했고 AB 주의 경우는 이 치눅의 영향을 받는다. 이 치눅의 영향으로 캐나다 서부의 겨울은 생각보다 아주 춥지는 않다. 물론 겨울 (11월~3월) 중 짧게는 1주 길게는 2주 정도 영하 30도 이하로 내려가기는 하지만 그마저도 우리나라 한파 같은 추위는 아니다.
Chinook은 원주민 언어인데, 해석하자면 'Snow Eater - 눈을 먹는 자'라는 뜻이다.
이 뜻에서도 알 수 있 듯 치눅은 눈을 먹는 자로 한 겨울에 따뜻한 바람이 눈을 녹인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내가 겨울 마다 머리가 아팠던 이유가 이 치눅 바람의 영향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실제로 캘거리에 사는 많은 사람들이 이 치눅 바람으로 인해 두통을 경험한다.
치눅과 관련된 재미난 민속 이야기가 있는데,
한 남자가 말을 타고 교회를 갔는데, 말을 묶을 곳을 보니 한 군데 툭 튀어나와 있는 쇠 막대기가 있었고 거기에 말들을 묶어두고 교회를 갔다. 몇 시간 후 예배를 마치고 돌아와 보니 말들이 첨탑에 불쌍하게 매달려 있었다라는 이야기인데,
건물이 눈에 묻힐정도로 많이 오고 건물의 첨탑만이 튀어나와 있었고 말들을 그곳에 묶어두고 교회를 다녀오는 동안 치눅 바람이 불어 눈이 녹아버리는 바람에 말들이 첨탑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다는 이야기다.
물론 실제로 이렇게 까지 따뜻한 바람은 아니지만, 캐나다 치눅에 대해 잘 설명한 재미난 민속이야기다.
치눅 바람이 불어 두통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추운 겨울 사랑방 손님처럼 찾아오는 치눅 바람은 잠시나마 따뜻한 공기를 느낄 수 있게 해 주는 고마운 바람이다.
캐나다, 특히 알버타주 AB를 생각하시는 분이 있다면, 이 점 참고하시기 바란다.
생각보다 겨울이 그렇게 춥지 않다는 거, 그리고 치눅이 있어서 가끔은 따뜻한 봄 기운을 느낄 수 있다는거...겨울이 길긴 하지만, 나름 지낼만하다는 거... 꽃 피는 봄이 오면, 그 봄 햇살이 얼마나 따뜻한지를 느낄 수 있다는 거. 한국이 체감적으로 훨씬 더 춥다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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